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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별그램에서 핫한 흑백사진 챌린지

안녕하세요, 피카츄 백만볼트입니다.

정말 근 1달만에 올리는 포스팅인데요. (시험공부 중이라 티스토리에 신경쓸 여력이 없었어요 ㅠ-ㅠ) 오늘 오랜만에 SNS에 로그인을 했다가, 몇 분의 지인들로부터 장문의 DM을 받았습니다.

영어로만 씌여져 있어 '응? 이게 대체 무엇인가?' 살펴보았더니, 여러 연예인들의 참여로 점점 핫해지는 "흑백사진 챌린지"에 동참해 달라는 메세지였어요. 일전에 루게릭 환우들을 돕는 '아이스 버킷 챌린지'와 비슷한 거라고 할까요?

어찌됐든 캠페인을 이어받는 주자로 nominated 되고, 올릴말한 (예쁘게 나온) 흑백사진이 없나 찾아보던 중, "왜 흑백사진 챌린지가 시작되었으며, 사회가 이 챌린지로 얻고자 하는 의미는 무엇이고, 나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 챌린지에 임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을 들여 흑백사진 챌린지의 유래(origin), 현재 상황을 서치해 보고 점점 파고들 수록 마음이 무거워지던군요. 그리고 생각보다 "이러한 정보를 한국어로 찾는게 어려웠어요." (비판하고 싶지 않지만,) 한국기사들과 포스팅은 대부분 "어떤 연예인이 흑백사진 챌린지에 참여하였다"라는 홍보성 or 이슈성 글들이 많아서 마음이 편치는 않았고, 이러한 까닭으로 오늘 시간을 내어 포스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저처럼 흑백사진 챌린지의 유래, 의의, 현재 상황,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에 대해 궁금하고 공감하실 분들에게 제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 흑백사진 챌린지란 대체 무엇인가요?

   먼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Femicide(페미사이드, '여성살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나요? 

   저에게 -cide로 끝나는 단어는 자살(=suicide), 민족대학살(=genocide)처럼 '죽음'의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무섭고도 슬픈 단어인데요. 신조어인 Femicide는 여성인 female과 죽음의 -cide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여성살해'라는 뜻입니다. 

   한국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는 '데이트 폭력, 또는 '가정폭력' 이슈가 특히 후진국으로 갈 수록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흑백사진 챌린지의 촉발은, 터키에서 최근 가정폭력을 겪은 23세 여성의 죽음이라고 합니다. 

   터키에서는 매일매일 어떤 여성이 남편이나, 남자친구, 스토커 혹은 아예 모르는 남성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뉴스가 들려올 정도로 Femicide가 아주 빈번하게 발생하는데요. '우리 중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그래서 터키 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할 때까지 이 도전을 계속 해 나가야된다'라는 취지로, 이 여성연대 캠페인이 시작되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약 2주 전, 브라질의 한 여성 언론인의 포스팅으로 점차 관심을 받게 된 캠페인이 유명 헐리웃 배우, 연예인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습니다.

#2. 그럼 왜 흑백사진을 올리는거죠?

  저는 궁금했습니다. 왜 컬러풀한 사진이 아닌, 흑백사진을 올리는걸까?라는 생각이 들어 서치를 해 봤죠. 

 사람이 죽으면, 살아있는 자들은 고인의 가장 아름다운, 행복해 보이는 사진을 고르고 골라 추모사진으로 사용하죠. 일간지 등의 신문에서는 특히 고인의 흑백사진을 포스팅하여 애도합니다. 즉, 신문에서 가장 아름답게 웃고 있는 흑백사진을 자주 볼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많은 고인을 추모한다는 뜻이 되겠죠.

 흑백사진 뒤에, '이러한 슬픈 현실(지금도 수많은 여성들이 femicide를 당하고 있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달라'라는 의미로 picture in black and white 를 포스팅한다고 하네요.

#3. 흑백사진 챌린지에 사용되는 해시태그의 의미가 궁금해요.

  인스타그램으로 검색해 들어가보면, 많이 달리는 해시태그는 크게 #challengeaccepted (도전을 받아들임), #womansupportingwoman (혹은 복수로 #womensupportingwomen, #womansupportingwomen) (여성이 여성을 응원합니다), #instanbulconventionsaveslives 로 보이는데요. 

  앞 2개의 해시태그는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지만, 저는 #instanbulconventionsaveslives가 대체 무엇인가 했습니다.

  이를 살펴보려면, 현재 터키의 상황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요.

  터키 여성인권단체의 한 통계에 따르면, 19년도에만 최소 474명의 터키여성들이 살해당했으며 20년도 7월 한달에는 무려 40명의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누구에게요? 바로 주변 남성들에게요. '그것이 알고싶다'에도 자주 등장하는 문구이긴 한데요, 성폭력/성희롱/성추행 등의 약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의 가해자는 '생판 모르는 사람'이 아닌, 바로 주변의 '아는 사람, 친구, 가족, 직장동료, 연인' 등이라는 사실. 터키도 한국과 다르지 않네요.

  하지만 터키정부는 여성폭력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기존 법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에 터키 이스탄불 협약 참여 여부를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합니다.

약칭 이스탄불협약은, 2014년 발효된 '여성폭력과 가정폭력 예방 및 퇴치를 위한 유렵 평의회 협약'입니다.  2014. 8. 1에 발표된 이 협약은, 가입국이 여성을 향한 성차별적 폭력을 학대로 규정하게 하며, 성차별적 학대를 명백히 명시한 첫 국제협약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대통령의 재검토 요구 사유는, 터키 보수 진영에서 '해당 협약이 가족구조를 파괴하고 성소수자 인권을 증진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뭔가 자주 보여지는 그림 아닙니까..? (어쩜 싱크로율이 이리 똑같냐 진심 놀라는 중입니다 하하하하하)

  대통령의 이 발언 이후, 터키여성단체연합 카난 굴루 회장은 "이스탄불 협약은 여성구원을 위한 방안"이라며 적극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합니다.

#4. Femicide, 한국은? : 성범죄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 부르며 2차 가해를 서슴치 않는 여당

 오늘 아래와 같은 뉴스기사를 봤습니다. 특히 여성대상 범죄 관련, 다양한 자문을 해 주시고 예방에 있어서도 큰 활약 중인 이수정 교수님(존경합니다!)께서 통합당 성폭력 대책특위에 합류한다는 소식과, 이를 비난하는 일부 여권 지지자들을 다룬 내용이었는데요.

 노컷뉴스 기사처럼, 성폭력 범죄, 인권문제를 진영논리로만 접근하는 (썩어빠진) 생각과 태도에 "아 아직, 한국은 멀고도  멀었다"라는 자괴감만 들더군요.  이수정교수님께서는 그간 수많은 언론과 프로그램에서, 여성 의제 관련 일이라면 진영을 가리지 않고 일해왔고, 앞으로도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그리 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저는 사실 최근 박원순 시장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부르는 여당의 덜떨어지고 쓸모없는 행태와 피해자에 대한 공식적인 2차 가해행위에 많이 실망했었는데요. 성범죄 사건에 특히 열정을 보이셨던 이수정 교수님의 마음은 어땠을지, 왜 그녀가 여당이 아닌 통합당의 대책특위에 합류하게 되었는지 충분히 이해가고 공감갔습니다.

 흑백사진 챌린지의 유래와 취지에는 100% 공감하며 힘을 보태고 싶지만, 다른 나라 못지 않게 형편없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씁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흑백사진을 포스팅하며 "흑백사진 챌린지"에 대한 저의 고찰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안전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공격 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히 행복감을 만끽했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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