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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피카츄 백만볼트입니다.

 오늘은 주말에 우연히 넷플릭스를 보다가 신작드라마로 "마스크걸"을 보고, 어..? 이거 내가 어렸을 때 봤던 웹툰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예고편을 봤는데... 그 때부터 하루종일 정주행하게 되었던, "정말 오랜만에 맛깔나게 집중해서 본" 정주행 추천 드라마 "마스크걸"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하고 제 생각을 정리해 보는 포스팅을 할까해요.

 웹툰을 보셨던 분들은 이 사진 기억하시려나요? 마스크걸이 3단계를 거칠수록 달라지는 모습과 감정을 정말 한컷으로 잘 담아냈다고 생각했던 사진인데.. 총 7부작으로 구성된 넷플릭스 드라마도 각 캐릭터들의 감정선과 변화를 박진감있게 잘 소화했다고 개인적으로 평가해요.  

웹툰 마스크걸
드라마 마스크걸


등장인물  소개 (마걸 김모미, 주오남과 그 엄마, 모미의 딸 김미모)

 1. 상황에 잠식되어 버리지만 끝내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자, "김모미"

성형 전 마스크걸, 이한별

 처음 보는 배우였다. 신예배우라고 하는데 전반적인 느낌이 모델같았다. 그만큼 기럭지도 길고 몸매도 좋고 얼굴도 매력있는 유니크한 배우라고 생각했다. 신예배우 이한별님은 신인으로서 마스크걸 오디션만을 위해서 4개월간 매진했다고 한다. 캐스팅 이유에 대해선 "모미는 자기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이유로 꿈이 좌절되었지만, 그 과정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방송을 하는 인물"로서, "감도님은 제가 연기를 하려고 준비하고 지금까지 살아온 모습에서 모미가 가진 열망과 비슷한 뭔가를 느낀 것 같다"고 답했다.


 이한별이 연기하는 첫번째 김모미는, 외모 콤플렉스(얼굴은 최하, 몸매는 최상이라는 평을 항상 받고 자람)를 가졌지만 주눅들지 않고 나름 당당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평범한 대한민국 여성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춤과 노래를 좋아했고 장기자랑 등에서 스포트라이트와 박수갈채를 받으며 연예인끼가 좔좔 흐르는 다재다능한 아이였지만, 오직 얼굴이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인생이 꼬여버린 안타까운 여성이다. 나는 심지어 가장 가까운 존재인 엄마에게도 "못생겼다"라는 말을 매일같이 듣고 자란 그녀가 정말 하염없이 안타까웠고 씁쓸했다.


 그래도 낮에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밤에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채 인터넷 BJ로 활동하면서('아이디 마스크걸') 그래도 건전하게 본인의 욕구를 푸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본인이 외모 열등감을 가져인지, 유부남 쓰레기 상사임에도 불구하고 잘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좋아한 "직장상사(배우 다니엘)"와, 찐따+초식남+열등감 덩어리+사랑을 가장한 스토커인 "주오남(같은 회사 동료임, 배우 안재홍)", 그리고 본인을 그저 "어떻게 하면 한번 먹어볼까 하는, 성적으로만 보는 짐승같은 남자팬(누구지..)"이 얽히고 섥힌 사건에 휘말려 살인을 저지르고  인생이 시궁창으로 빠져들게 된다.

성형 후 마스크걸, 나나

나나는 극 중 3인 1역의 김모미 가운데 성형수술로 페이스오프에 성공해 쇼걸 이름으로 살아가는 두번째 김모미 역할을 맡았다.

개인적으로 그동안의 나나 배우님 연기는 시원시원해서 좋아했다. 범죄드라마나 영화 등에서도 긴 기럭지에 예쁜 얼굴, 막힘없는 연기톤으로 배역 소화를 잘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정주행하다가 성형후 마걸로 나나 배우님이 등장하다니!! 너무 반가웠다.

 이번 마스크걸에서는, 그동안의 이미지와는 다른 감정선을 많이 보여주었는데 1) 페이스오프한 뒤 만족감을 느끼며 쇼걸 활동을 하는 모습 (김모미 인생 중 가장 편하고 아름다운 인생단면이 아니었나 싶다), 2) 원치 않는 사건에 자꾸 휘말리게 되면서 보이는 분노, 광기, 3) 겨우 마음을 터놓을 쇼걸 친구 춘애를 주오남의 엄마때문에 잃게 되는 순간 보이는 절망감, 4) 스스로 구치소에 들어가서 초점없는 눈으로 인생 밑바닥을 찍는 모습을 보이는 좌절감, 5) 그러다가도 "친절한 금자씨"같은 다소 싸이코 같은 모습으로 스스로를 다시 세우려 노력하는 모습채로운 감정선을 다양한 표정과 눈빛으로 표현해 주었다.

 연기가 정말 많이 늘었고, 또 잘 소화했다고 생각한다. (응원할게요!!♥)

중년의 마스크걸, 고현정

 3인 1역의 마지막을 장식한 마스크걸의 후반부는 명불허전 고현정 배우가 소화했다.

 사실 이러한 이미지는 처음이었기에 적잖케 놀랐다. 내가 본 마지막 고현정 배우는 넷플릭스 신작드라마인 "너를 닮은 사람 2021"에서 연기했던 모습이었는데.. 사실 이 때 어눌한 발음(난 보톡스를 너무 맞아서 혀가 안굴러가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듣기가 거북했었다)으로 "선덕여왕에서의 미실"모습이 못내 안타까운 나였다.

 암튼 그 특유의 말끝을 흐리는 발음과 매스컴에서 매번 환호하는 투명한 피부(배우면 연기를 논해야지 맨날 피부와 젊음만 논해..) 때문에 집중이 안되서 별로 큰 임팩트가 없었는데..이번 마스크걸에서는 오히려 그러한 발음이 좀 더 김모미 역할을 빛나게 해 준게 아닌가 싶었다. (발음이 나아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ㅎㅎ)

 그저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의도치 않는 삶을 살아가게 된(가해자는 다 남자였다) 한 가녀린 여자가, 겁탈당해 (주오남의) 아이를 낳고 교도소 수감생활을 하다가, 주오남의 엄마가 (자기 손녀인줄도 모르고) 그 아이를 망가뜨리려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 후, 어떻게해서든 아이를 지키고자 하는 강인한 엄마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잘 소화해 냈다.

나나, 이한별, 고현정의 김모미

  

 2. 본인은 가해자라고 생각할까, 피해자라고 생각할까? : 주오남과 그 엄마

2-1. 주오남 (안재홍 배우)

찐따와 광기어린 스토커를 소화한 주오남 역, 안재홍

 아니.. 이분이 천우희 배우와 '멜로가 체질' 드라마를 찍었던 안재홍 배우 맞냐고요. 증량을 얼마나 한거지? 싶을 정도로 살찌운 몸과, 탈모직전인 찐따같은 머리스타일, 한번도 여자를 사귀어본 적 없고 리얼돌과의 가상연애로 자위를 하며 초식남같은 생활을 하는, 그러면서도 엄마에게 거역하지 못하고 힘들게 순응하는 '사실 제일 불쌍한 캐릭터'인 주오남 역할로 등장했다.

  나는 처음에 보고 안재홍인가 아닌가,,, 수만번 의구심을 가졌다능 @_ 

 암튼 주오남은 단지 싫은 걸 표현하지 못하고, 살이 찌고 행동이 둔했다는 이유만으로 초등학생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꾸준히 왕따를 당하고 부적응자로 살아간다. 마음속에 있는 말을 못하니 가끔 뜬금포로 욱!하는 기질도 생기고, 그렇게 투명인간으로 살다가 인터넷이라는 세상에서는 온갖 쾌락과 욕구를 다 표현하는 싸이코 '전생에 원빈'이라는 ID로 자리매김했다.

 처음엔 마스크걸 BJ를 보며 자위를 하다가, 우연히 마걸이 회사동료 김모미인걸 알고 혼자 짝사랑을 시작했다가 김모미를 스토킹 하게 되고, 김모미의 감정선까지 조절하려고 하다가 (김모미를 강제추행하려고 했던 이상한 남자팬을 살인하게 되고) 결국 김모미에게 토막살인 당하게 된다.

난 주오남이 명백한 가해자라고 생각한다.
마스크걸 본인이 부담스럽고 싫다는데, 그리고 직장상사가 좋다고 확실한 의사표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오남은 주오남 본인의 감정만이 소중하고 우선인 사람.
김모미가 자신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았는데 피해의식에 쩔어있다가 결국 살인을 하게 되고(이 살인 또한 김모미를 위한다고 생각했다는 거 자체가 더 역겹다),
결국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김모미를 강간하다가 반대로 김모미에게 죽임을 당한다.
단지 살해당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라고 할 수 있을까? 단언컨대 아니다.
요즘 뉴스엔 사랑을 가장한 스토커, 타인의 감정보다 본인의 생각만이 중요한 싸이코패스같은 사람들이 많다. 이 드라마의 주오남이 바로 그런 실상을 잘 보여줬다 생각한다.

 

2-2. 그리고 그 엄마, 김경자(염혜란 배우)

주오남 엄마역할, 염혜란 배우


 드라마를 떠나서 난 염혜란 배우가 너무 좋다. 어쩜 이렇게 맡은 배역마다 찰떡으로 소화를 할까 싶다. 이분의 연기내공은 대체 어디까지인건가..!

 주오남 엄마인 김경자는 기구한 인생을 살았다. 어렸을 적 부모를 잃고 어찌저찌 선을 봐서 결혼을 했지만, 결혼과 동시에 딴집살림을 차린 남편과 주오남이 갓난아이였을 때 이혼을 하고 안해 본 장사없이 주오남을 키웠다. 그리 억척같이 살았으니 당연히 주오남에게 올인을 하게 되었고, 남은 건 투박한 말투와 사나운 성질머리 그리고 비뚤어진 아들사랑 진한 모성애였다.

나는 순간 엄마가 오버랩 되기도 했다. 나에게 엄마는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과 후로 나뉜다. 소녀같고 자애로웠던(물론 그 때도 자식사랑은 끔찍했고, 잘생긴 아들사랑은 더 대단했다) 엄마는 아빠가 돌아가신 후 변했다. 높은 자존심과 가끔은 이해 안되는 피해의식(내가 남편없다고 무시하냐, 내가 전세산다고 깔보나봐), 그리고 너는 내 자존심이야!!라고 외치며 내가 부잣집에 시집가길 바래서 많이 다툰 일, 그러면서 더 극진해진 오빠사랑. 배우자 없이 혼자 아이를 돌본다는 것이(나는 26살, 오빤 28살로 이미 다 성인이 되었는데도 말이다) 그리도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것인가...?

  암튼 주오남의 엄마는, 그릇된 모성애로 아들을 통제하는 엄마였고(조금이나마 반항(?)한다 싶으면,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레파토리 등장) 그 아들을 죽인 인물에게 끝까지 복수하려는 빌런으로서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다. 7화 내내 안재홍만큼 몸을 아끼지 않는 분장(김모미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3인이 1역을 했는데, 염혜란 배우는 직접 페이스오프를 하면서 시간의 흐름을 몸소 보여주었다)을 하였고, 말투와 눈빛 모두 연기가 아닌 것 같은 살벌한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엄청난 분장

주오남의 자기사랑(자기감정만 중요하므로..)은 아마 이 엄마로부터 배우지 않았나 싶다. 물론 힘든 여건에서 아들을 잘 키워내기 위해 억척스러워졌다고 하지만....세상 모든 어미가 다 그렇지 않다. '동백꽃 필 무렵'의 수많은 엄마들도, '우리들의 블루스'의 엄마들도 다들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더불어 살아가며 그렇게 아이들을 잘 키워냈다.

 주오남의 엄마는 오로지 자기아들은 대단하고, 공부도 잘하고, 순종적이며, 잘 큰 아이이기에 주오남 사망사건 후 경찰조사에서 밝혀진  "주오남=일본 성인물과 리얼돌에 빠진 히끼코모리남으로서 전형적인 반사회적 찐따.."라는 아들 이미지에 크게 분노한다. 그리고 왜 아들이 그런 삶을 살게 되었는지, 혹은 왜 그렇게 힘들어했는지 알려고 하지 않은채 단지 "아들이 죽임을 당했다"라는 피해사실에만 광적으로 집착하여 오히려 더 큰 피해자였던 김모미와 그 딸(손녀딸인지는 끝까지 모름..)에게 위해를 가하다 경찰 총에 죽는다.


사실 엄마와 외할머니 사랑으로 지켜진 아이, 김모미의 딸 "김미모"

사랑으로 가득찬 가정에서 자란다면 밝고 건강한 아이로 큰게 된다는 걸 보여주는, 미모친구 "김예춘"

 마스크걸에는 아역배우가 2명 나오는데, 극 중 김미모(김모미의 딸)와 그 친구 김예춘이다. 김미모는 신예서라는 배우가 연기했고, 김예춘은 김민서 배우가 연기했다고 한다.

 마스크걸 김모미는 딸만큼은 이쁘다는 소리를 듣고 자라게 해 주고 싶어 이름은 "미모"라고 짓고, 경찰서에 자수하기 전 친엄마 집 대문에 갓난아이를 놓고 키워달라 부탁하고 간다. 이 장면도 너무 안쓰러웠다. 본인이 겁탈당해 주오남의 아이를 가졌음에도, 그 아이를 지키고자 끝까지 노력하고 춘애에게는 "나 아이 예쁘게 잘 키워보고 싶어"라고 이야기한다.

 아마 본인이 받았던 결핍과 무시 때문이라도 내 아이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잘 키워보고자 했던 마음이 잘 드러나.. 같은 아이 엄마로서 너무 마음이 찌릿찌릿 아려왔다. 그렇게 엄마의 사랑과 노력으로 지켜지고 세상에 나온 미모는, 역시 마스크걸 딸 답게 노래도 잘 부르고 춤도 잘 추고 대중의 시선을 즐기는 밝은 아이로 자라난다.

 그러다 본인 주위를 맴도는 주오남 엄마 때문에, "재 살인자 마스크걸 딸이래"라는 소문이 따라다니고 전학에 전학에 이사에 이사를 다니지만 그 사회적 낙인에 자유롭지 못하게 되어 점점 어두운 아우라를 갖게 된다. (으이그.. 주오남 엄마야 @_@)

 외할미라도 잘 보듬어 주면 좋겠건만, 자기 딸도 도외시했던 외할머니는 그 역시 손녀딸에게도 차갑게 대하고(나중에 보니 마음은 그게 아닌 것 같았지만서도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도 몰러..)  마음의 상처를 입는 미모는 계속 방황하다가 학교에서 그마나 "예춘"이라는 친구를 사귀게 된다.

예춘이에게 마음을 열게 된 미모

 예춘이는 생김새가 예쁘진 않지만, 오히려 주눅들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친구들에게 다가가는, 밝고 긍정적인 캐릭터이다. 와 이런 성격 쉽지 않는데, 넌 어디서 그런 좋은 DNA를 받았니..라고 생각했고 결국 답은 가정환경이었다.

좋은 가정환경에서 좋은 아이가 자란다

 난 이 장면이 주는 메세지가 대단하다 생각한다. 사이좋은 엄마아빠, 딸 사랑 지극한 부모님과 알콩달콩 모여사는 두 동생들. 미모도 이런 가정에서 자랐다면, 더 밝고 자신을 사랑하는 아이가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아이들은 아무런 죄가 없다. 아이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영혼이 맑고 투명하다. 

 그들은 힘들게 하고 어두운 성격으로 변화시키는 건 바로 어른들과 그 어른들이 만든 사회이다.


 간단히 등장인물과 줄거리를 언급하려 했더니 너무 길어졌네요.

 binge watching(정주행을 영어로..>_<)을 했지만, 7화 컷 하나하나가 정말 가슴에 많이 와닿았던 간만에 만난 고퀄리티 드라마였던 것 같아요. 다른 조연배우들도 많았지만, 마스크걸을 글로벌 4위에 랭킹하게 한 이유는 바로 3인1역(이한별, 나나, 고현정)을 연기한 배우들과 독보적 캐릭터 주오남 엄마역인 염혜란님의 노력이 아니었나 싶네요.

 시간 되시는 분들은 웹툰으로도 한번 정주행 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웹툰엔 등장인물이 더 많이 나와요!)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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